좋은 제품이 있다고 해서 시장이 먼저 알아봐 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처음 문을 두드리는 해외 시장이라면,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이 다른지를 직접 설명할 사람이 필요하죠. 지로가 한국과 영미권을 넘어 유럽으로 향한 올여름, 그 최전선에 선 사람이 있습니다. 투자사에서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평가하던 자리를 떠나, 이제는 직접 그 가능성을 증명하는 지로의 사업개발 담당자, 창교님과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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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교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서창교라고 합니다. 현재 지로의 사업개발 담당자로서, 정부 지원 사업을 기획하고 수행하는 일부터 기업 협력과 PoC, 대외 행사까지 맡고 있어요. 쉽게 말해 회사 밖에서 지로를 설명하고 기회를 가져오는 창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지로에 합류한 지는 1년 정도 되었고, 그 전에는 국내 AC·VC에서 프로그램 PM과 심사역으로 일하며 콘텐츠·AI 도메인의 스타트업을 주로 담당했어요.
투자사에서 사업개발로 커리어 전환을 결정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포트폴리오사 대표님과의 미팅에서 있었던 일이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당시 해외 진출을 준비하던 회사였는데, 대표님께서 "현지 파트너는 어떻게 찾고, 첫 계약은 어떤 순서로 만들어야 할까요?"라고 물어보셨어요. 투자 검토할 때는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던 저였는데, 막상 그 질문 앞에서는 원론적인 이야기밖에 해드릴 수가 없더라고요. 그날 돌아오는 길에 좀 부끄러웠어요. 방향은 말할 수 있는데, 그 방향으로 실제로 가는 법은 모른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연차가 쌓일수록 그런 순간이 점점 늘었어요. 더 많은 회사를 보고 더 많은 판단을 했지만, 정작 대표님들께서 제일 고민하는 실행의 문제 앞에서는 저 스스로도 확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내가 자신도 없는 걸 누군가에게 조언할 자격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직접 플레이어가 되어 이곳저곳 부딪히면서 몸으로 경험해 보고 싶어졌고, 회사 밖의 기회를 찾아서 실제 사업으로 만들 수 있는 일을 찾던 중 지로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가장 집중하고 계시는 역할은 무엇인가요?
경영진의 전략적 판단이 실제 실행으로 이어지도록, 정부 지원 사업과 기업 협력에 집중하고 있어요.
지로는 정부 과제를 R&D와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붙이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경쟁이 치열한 과제에 선정된다는 건 그 자체로 기술력과 사업성을 외부에서 검증받는 일이기도 하고요. 그 과정에서 제 역할은 여러 기회 중 지로의 전략과 맞는 과제를 골라 기획하고, 선정 이후 수행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기업 협력과 PoC의 경우, 대기업이나 기관의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지로의 기술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함께 검증하고, 그걸 다음 협력으로 이어가는 일을 합니다. 그 외에는 AI 페스티벌이나 전시회 같은 행사에 지로가 참가할 수 있도록 대외 행사 참여 과정도 지원하면서 지로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힘을 보태고 있어요.
평가하던 입장에서 만드는 입장이 된 후, 체감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큰 차이는 책임의 무게예요. 평가할 때는 이 계획이 될지를 판단하면 됐지만, 지금은 그 계획을 직접 되게 만들어야 하니까요. 사업계획서에 쓴 한 줄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한 해 동안의 사업 방향과 예산, 동료들의 업무가 되다 보니 문장 하나도 가볍게 쓸 수 없더라고요. 반대로 투자사 경험이 무기가 되는 순간도 많아요. 사업계획서를 쓸 때 심사위원이 어디서 멈칫할지가 보이고, 투자자 미팅에서도 상대가 궁금해할 질문을 미리 준비할 수 있어요.
안에 들어와 보니 시장을 보는 눈도 달라졌어요. 밖에서 볼 때는 AI 영상 시장의 경쟁력이 기술력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장에서 부딪혀 보니 기술은 금방 평준화되더라고요.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새로운 기술을 얼마나 빨리 제품에 녹이는지, 그리고 그걸로 실제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지였어요. 투자사에 있을 때 이걸 알았다면 회사를 보는 질문 자체가 달랐을 것 같아요.
이번 네덜란드 출장은 어떤 목적으로 다녀오셨나요?
중소벤처기업부의 '스타트업·벤처 캠퍼스(SVC) 사전 프로그램'에 선정돼서 다녀왔어요. 시장 검증을 마친 스타트업이 현지 액셀러레이터, VC와 협력해 해외 투자유치와 스케일업을 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이고, 올해는 서유럽 권역인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영국, 스페인까지 이어지는 여정입니다.
준비는 지난 6월 공고가 나오면서 시작했어요. 제한된 분량 안에 팀, 제품, 비즈니스 모델, 글로벌 진출 전략, 투자 이력을 담아야 했고, 서류와 발표 모두 국내외 AC와 VC가 평가하기에 처음부터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준비했습니다. 선정 후에는 KPI 워크숍을 통해 현지 목표와 활동 계획을 확정했어요.
목적은 유럽 진출의 첫 거점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현지 생성형 AI 시장이 어떤지, 미디어 기업들이 AI를 어떻게 쓰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현지 투자사와 파트너를 만나 투자와 협업 기회를 찾는 게 목표였죠. 네덜란드에서는 2주 동안 예전 박지성 선수가 머물렀던 아인트호벤을 거점으로 다녀왔습니다.
유럽 담당자들의 반응은 어땠고, 이번 출장이 지로에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현지의 관심이 예상보다 뜨거워서 놀랐어요. 네덜란드는 생성형 AI보다 제조업, 반도체 같은 분야에 관심이 더 높은 시장이라, 솔직히 미팅이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갔거든요. 그런데 막상 가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드롭샷 AI에 관심을 보여 주셔서 의외였습니다. 그 반응을 보면서 유럽에서도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어요. 사업 협력은 이런 기회를 실제 계약과 투자로 끝까지 연결하는 역할을 하기에, 지금도 현지에서 만난 곳들과 후속 미팅과 테스트를 하나씩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로는 이미 한국과 영어권에서 드롭샷 AI를 직접 서비스하고 있고, 올해는 글로벌 확장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해예요. 이번 출장은 유럽이라는 실제 시장에서 우리가 어떻게 보이는지 처음 확인해 본 자리였어요. 네덜란드에서 얻은 건 크게 세 가지예요. 경쟁 서비스와 차별화하는 피치 논리, 투자와 파트너십으로 이어질 첫 연결고리, 그리고 시장마다 수요가 다르다는 걸 확인하면서 생긴 우선순위의 근거예요. 이걸 그대로 다음 권역인 영국과 스페인으로 가져가서 투자자 네트워크와 PoC로 이어가는 게 다음 목표입니다.
현지에서 얻은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무엇이었나요?
가장 큰 성과는 투자와 파트너십, 두 방향 모두에서 실제로 이어지는 연결을 만들었다는 점이에요.
투자 쪽에서는 마지막 주 데모데이가 전환점이었어요. Dropshot AI로 제작한 AI 아이돌 서리아를 소개했는데, 발표 직후 현지 투자 관련 기관에서 먼저 관심을 보이며 후속 미팅과 제품 테스트를 요청해 왔어요. 파트너십 쪽에서는 현지 미디어 기업과 데모 라이선스, 콘텐츠 협력, PoC까지 여러 갈래의 협업 논의를 시작했고, 현지 공공기관과의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었어요.
지금까지의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은 한 가지를 고르자면 무엇인가요?
초격차 스타트업 프로젝트(DIPS)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입사하자마자 맡은 첫 프로젝트였거든요. 투자사에 있을 때는 계획서나 지원서를 쓰더라도 여러 명이 파트를 나눠서 작성했는데, 이번에는 1부터 10까지 전부 제가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래서 내용도 완성도도 정말 공을 많이 들였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올해 거의 가장 먼저 시작한 사업이라,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 해가 잘 풀릴 거라는 생각이 컸어요. 그래서 계획서를 쓰기 전에 지로의 서비스와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정말 많이 공부했어요. 회사를 제대로 이해해야 설득력 있는 문서가 나온다고 생각했거든요.
다행히 선정이 되면서 좋은 흐름이 시작됐어요. 그 뒤로 다른 사업들도 하나씩 잘 이어졌고, 저에게도 이 일을 해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준 과제였어요. 무엇보다 그때 쌓은 회사에 대한 이해가 지금 어떤 과제를 쓰든 가장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어요.
반대로 가장 막막했던 순간을 꼽아보자면 언제였을지 궁금합니다.
이번 네덜란드 출장 초반이 가장 막막했어요. 혼자 유럽에 가서 2주 안에 결과를 만들어야 했는데, 네덜란드는 생성형 AI보다 제조업, 반도체 같은 분야에 관심이 높은 시장이라 미팅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더욱 많은 기회를 찾아 직접 움직이기로 했어요. 현지 파트너사의 도움을 받아 아인트호벤에만 머물지 않고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힐베르쉼까지 오가며 투자사와 다양한 기업·기관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이동 시간이 꽤 부담이었지만, 그렇게 찾아간 곳에서 생각보다 훨씬 많은 관심을 받았고 협업 논의와 투자 쪽 연결도 하나씩 생겼어요. 동시에 미팅마다 반복되던 경쟁 서비스 관련 질문에 맞춰 피치를 계속 다듬었고, 그 덕분에 데모데이에서 후속 미팅 제안까지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모든 미팅에 똑같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않았어요. 한정된 기간 내에 우리와 실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를 빠르게 판단하고, 후속 논의가 가능한 곳에서 진행하는 미팅의 밀도를 높였습니다. 네덜란드 시장의 특성을 직접 확인한 덕분에, 다음 국가에서는 어떤 파트너를 먼저 찾아갈지 우선순위도 더 분명하게 세울 수 있었어요. 그 경험이 남긴 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방향을 빨리 바꾸는 것도 실력”이라는 경험이었습니다. 막막할수록 먼저 문을 두드리되, 어떤 문에 힘을 줄지는 냉정하게 고르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어요.
지로에 합류하신 후로, ‘이것만큼은 성장했다' 느낀 부분이 있나요?
"실행하는 근육"이 확실히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투자사에 있을 때는 대표님이 운전하는 차의 조수석에 앉아 길을 함께 보는 사람이었다면, 지금은 제가 직접 핸들을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투자사에 있을 때는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비교적 쉽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막상 안에서 해 보니 그 한 문장 뒤에 제가 미처 몰랐던 작은 결정들이 정말 많이 숨어 있더라고요. 그걸 하나씩 직접 내려 보고, 안 되면 고쳐서 다시 해 보는 과정을 겪으면서 예전보다 훨씬 단단해졌다고 느껴요. 속도감도 많이 달라졌어요. 투자는 결과를 알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데, 지금은 제가 한 일의 결과가 훨씬 빨리 돌아와요. 그래서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는지를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로 합류를 고민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지로에서는 내가 계획한 것이 실제 제품이 되고, 내가 만든 관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과정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아직 성장 중인 조직이라서 치열한 순간도 많지만, 그만큼 성과와 경험이 쌓이는 속도도 빠른 편이에요. 성장에 진심이신 분들이라면 지로에서의 경험이 더욱 값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럽 파트너들과 지로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야기하던 순간처럼, 앞으로 그런 장면을 함께 만들어 갈 동료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